안녕하세요. 프리윌린 CTO 정재훈입니다.
지난 글에서는 왜 지금 프리윌린이 개발자를 채용하고 있는지, 그리고 우리가 어떤 문제를 함께 풀어나가려 하는지 말씀드렸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그 연장선에서, 프리윌린에서 가장 중요한 변화이자 우리 조직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생각하는 'AI-Native(AI 네이티브)' 전환에 관해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요즘 많은 회사가 AI를 이야기하지만, 실제로는 회의록을 정리하거나 코드를 조금 더 빨리 작성하는 등 업무 보조하는 수준에 머무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이런 활용도 의미가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AI 시대에 충분한 경쟁력을 만들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AI-Native는 단순히 AI를 도구처럼 사용하는 상태가 아닙니다. 사람이 일하던 기존 구조 안에 AI를 조금 끼워 넣는 것이 아니라, AI와 사람이 함께 가장 잘 일할 수 있도록 일의 구조 자체를 다시 설계하는 것에 가깝습니다.
1. 왜 지금 AI-Native를 이야기해야 하는가?
AI는 개발자에게만 영향을 주는 기술이 아닙니다. 기획, 디자인, QA, 운영, 데이터 분석, 콘텐츠 생산 등 거의 모든 영역에서 기존의 일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습니다. 특히 개발 조직은 코드 작성부터 테스트 자동화, 장애 분석까지 AI 활용이 더 자연스러운 단계에 들어왔습니다. 그렇기에 중요한 질문은 “AI를 쓸 것인가”가 아니라, AI와 함께 일하는 구조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가 됩니다.
이건 단순한 효율의 문제가 아닙니다. AI 시대에는 개인의 생산성 차이도 더 벌어지고 조직의 일하는 방식에 따른 격차도 훨씬 더 크게 벌어질 수 있습니다. 비슷한 인원의 팀이라도 AI를 부분적으로 쓰는 팀과 AI가 잘 작동할 수 있도록 구조를 바꾼 팀은 시간이 지날수록 생산성과 품질에서 확실한 차이를 보이게 됩니다. 그래서 프리윌린이 지금 AI-Native 전환을 이야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건 유행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회사가 더 빠르게 성장하고 더 좋은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2. AI를 도입하는 것과 AI-Native 하게 일하는 것은 다릅니다
많은 경우 AI 도입은 "어떤 도구를 쓸 것인가"에서 시작합니다. 하지만 실제로 더 중요한 것은, 그 도구가 자연스럽게 작동할 수 있는 프로세스와 데이터 구조가 준비되어 있는가입니다.
예를 들어 개발을 생각해 보면, AI가 코드를 잘 쓰게 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기획서가 너무 모호하거나, 설계 기준이 사람마다 다르거나, 테스트 구조가 정리되어 있지 않으면 AI가 만들어낸 결과물도 결국 사람이 다시 하나씩 붙잡고 수정해야 합니다. 그렇게 되면 생산성이 높아진 것처럼 보여도, 실제로는 사람이 새로운 병목(Bottleneck)이 되어버립니다.
이건 개발 밖의 영역도 마찬가지입니다. 콘텐츠 생산 역시 절차가 정리되어 있지 않으면 AI를 붙였을 때 오히려 품질 관리가 더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데이터 분석도 기준과 포맷이 제각각이면 AI가 결과를 만들어도 신뢰하기 어렵습니다. 결국 AI가 일을 잘하도록 만들려면, 그 앞단의 절차와 데이터, 규칙이 먼저 정교하게 정리되어 있어야 합니다. AI를 잘 쓰는 몇 명의 개인이 아니라, AI가 조직 안에서 반복할 수 있고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 그것이 진짜 AI-Native 한 접근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존 조직은 대체로 사람이 거의 모든 실행을 직접 처리하는 구조였습니다. 같은 페이지 선상에 있기 위해 끊임없이 합의하고 공유해야 했고, 그 과정에서 많은 커뮤니케이션 비용이 발생했습니다. 협업은 자연스럽게 문서 중심으로 이루어졌고, 중요한 의사결정은 개인이나 조직의 경험에 크게 의존해 왔습니다. 이러한 구조는 커뮤니케이션 비용을 높이고, 의사결정 속도를 늦추며, 책임을 쉽게 분산시키는 한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AI 시대의 생산성 향상은 결국 이러한 구조를 바꾸는 데서 시작됩니다. 그 변화는 크게 세 가지 방향에서 나타납니다.
AI-Native workflow를 설계하는 것,
커뮤니케이션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통합형 인재로 구성된 작은 고밀도 팀 구조를 만드는 것,
그리고 지식 접근 비용을 최소화하는 것입니다.
결국 생산성의 핵심은 “사람이 대부분 일을 직접 처리하는 조직”에서 “AI와 사람이 협업하고, 점점 더 AI가 실행을 담당하는 시스템 조직”으로 얼마나 전환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3. AI-Native workflow를 설계해야 합니다.
AI 시대의 조직은, 결국 사람이 전략과 문제 정의에 집중하고, AI는 실행과 분석, 자동화에 집중하는 구조로 바뀌어야 합니다. 즉 AI가 실제로 높은 생산성을 내기 위해서는 사람이 하던 행위를 AI가 잘 이해할 수 있는 구조로 정리해야 합니다. 이것이 AI-Native 전환의 핵심이라고 봅니다.
이 구조를 만들기 위해 네 가지가 필요합니다.
첫째는 절차적 표준화입니다.
사람이 하던 전체 업무를 AI가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적절한 단위로 나누고, 유사한 성격의 작업은 그룹핑해 표준화하는 것입니다. 쉽게 말해 수공업 중심의 작업 방식을, 반복 가능하고 예측 가능한 공정으로 바꾸는 것에 가깝습니다. 자동차를 한 대씩 손으로 만들던 방식을 대량 생산이 가능한 공장형 프로세스로 바꾸는 것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둘째는 데이터 표준화입니다.
AI가 업무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데이터와 산출물의 형식을 표준화하는 것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특정 AI 모델에 종속되지 않는 방식으로 정리하는 것입니다. 지금은 새로운 모델이 매우 빠르게 등장하고 버전업도 자주 일어나기 때문에, 절차와 데이터를 잘 표준화해 두어야 특정 모델에 묶이지 않고 협업의 영속성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셋째는 결과 평가입니다.
AI가 수행한 결과물을 품질, 성능, 비용 관점에서 지속적으로 평가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절차와 데이터가 잘 표준화되어 있다면, 더 적합한 모델로 전환하거나 작업별로 다른 모델을 선택하는 것도 훨씬 쉬워집니다. 결국 AI 활용은 한 번 붙여두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계속 비교하고 최적화하는 문제에 가깝습니다.
넷째는 피드백 루프 구축입니다.
입력된 데이터와 산출된 결과물을 바탕으로, 절차적 표준화와 데이터 표준화, 결과 평가를 반복적으로 강화하는 구조가 필요합니다. AI가 한 번 일을 잘했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반복을 통해 점점 더 나은 방향으로 정교해지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프리윌린이 AI-Native 하게 일한다는 것은 결국 이 네 가지를 실제 조직 안에 뿌리내리게 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4. 작은 고밀도 팀과 통합형 인재가 중심이 됩니다.
AI시대의 또 다른 변화는 팀 구조도 변화해야 합니다. 지금까지는 기획자, 디자이너, 백엔드 개발자, 프론트엔드 개발자, 플랫폼 개발자, QA 등의 다양한 전문가들이 하나의 팀을 이루어 협업하며 제품을 완성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습니다. 이러한 협업을 진행하면서 프로세스와 조직은 점점 더 세분화되고 정교해졌습니다.
이 구조는 오랫동안 유효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분명한 비용이 있었습니다.
기획 → 디자인 → 개발 → 테스트 → 배포라는 단계마다 사람과 팀 사이의 정보 전달과 조율이 필요했고, 그만큼 높은 커뮤니케이션 비용을 감내해야 했습니다. 실제로 제품 하나를 만드는 데 가장 많은 시간이 드는 부분 중 하나는 순수한 구현 자체보다도 사람과 사람 사이의 커뮤니케이션 비용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AI의 등장으로 이제는 일정 수준의 지식과 맥락을 가진 준전문가가 AI의 도움을 받아 전문성의 영역까지 확장할 수 있는 길이 열리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한 명의 개발자가 기획의 일부를 더 깊이 이해하고, 디자인 산출물을 더 빠르게 다루고, 테스트까지 더 넓게 커버할 수 있다면 제품 생산에서 가장 큰 비용을 차지하던 커뮤니케이션 비용은 크게 낮아질 수 있습니다. 이건 단순한 효율 향상이 아니라, 조직 구조 자체를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변화입니다.
그래서 AI 시대의 핵심 인재는 하나의 깊은 전문성을 바탕으로 여러 영역을 넘나들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통합형 인재가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깊이가 사라진다는 뜻은 아닙니다. 오히려 깊이가 있어야 확장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제는 그 깊이를 바탕으로 인접 영역까지 이해하고, AI와 함께 더 넓은 문제를 풀 수 있는 사람이 훨씬 높은 경쟁력을 갖게 됩니다. 미래의 조직은 다수의 세분화된 인력이 무거운 조율 구조 안에서 움직이는 방식보다, 소수의 통합형 인재들이 AI와 함께 팀을 이루어 높은 밀도로 성과를 내는 구조로 바뀔 가능성이 큽니다. 프리윌린도 점점 그런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5. 지식 접근 비용을 최소화해야 합니다.
AI시대에 조직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중요한 또 하나의 요소는 지식 접근 비용을 0에 가깝게 만드는 것입니다. 일을 시작하기 전에 데이터를 찾고, 문서를 뒤지며, 적절한 사람에게 물어보고, 회의를 통해 다시 확인하는 과정 자체가 조직의 의사결정 속도를 느리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지식 접근 비용이 적어지면 세 가지 중요한 변화가 일어납니다
첫째, 통합형 인재의 능력이 크게 확장됩니다.
한 사람이 여러 영역을 이해하고 실행할 수 있으려면, 그에 필요한 정보에 쉽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제품 데이터, 사용자 행동, 기술 구조, 실험 결과 같은 정보가 쉽게 접근 가능한 형태로 제공된다면, 통합형 인재는 훨씬 더 높은 수준의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습니다.
둘째,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이 자동화됩니다.
앞으로의 의사결정은 데이터 수집 → 분석 요청 → 보고서 작성 → 회의 같은 구조가 아니라, 질문 → AI 분석 → 의사결정의 구조로 점점 바뀌게 될 것입니다. 이 변화는 조직의 의사결정 속도를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습니다.
셋째, AI가 조직의 일을 더 잘 이해하게 됩니다.
AI는 결국 우리 제품, 우리 고객, 우리 데이터, 우리 코드라는 조직의 문맥을 이해할수록 더 잘 일하게 됩니다. 반대로 이런 정보가 흩어져 있거나 접근이 어렵다면, AI는 겉으로는 똑똑해 보여도 실제로는 우리 조직에 맞는 판단을 하기 어렵습니다.
결국 AI-Native 전환은 단순히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는 것이 아니라, 조직 안의 지식과 맥락이 훨씬 더 쉽게 흐를 수 있도록 만드는 일이기도 합니다.
6. 프리윌린이 지금 만들고 싶은 것은 ‘AI를 쓰는 회사’가 아닙니다
저는 프리윌린이 단순히 AI를 쓰는 회사로 보이지 않았으면 합니다. 중요한 것은 AI를 쓴다는 사실이 아니라, AI를 통해 무엇을 더 잘하게 되었는가입니다. 교육서비스는 정확성과 신뢰성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실제 수업안에서 안정적으로 작동해야 하며, 학생마다 다른 학습 맥락을 이해해야 합니다. 이런 조건 안에서 AI를 제대로 쓰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어려운 일입니다. 그래서 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프리윌린은 단순히 더 빠르게 개발하는 회사를 넘어, 더 좋은 문제를 효율적으로 만들고, 방대한 학습 데이터를 더 의미 있게 활용하며, 학생 개개인에게 최적화된 학습 경험을 더 정확하게 연결하는 회사가 되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AI-Native 전환은 결국 그 목표로 가기 위한 필수적인 과정입니다. 지금 프리윌린은 AI 시대에 더 일을 잘하는 방식을 진지하게 다시 만들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과정 자체가 앞으로 우리의 대체 불가능한 핵심 경쟁력이 될 것이라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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