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재무팀 황혜린입니다.
요즘은 매일 눈을 뜨면 새로운 AI 기술이 등장했다는 소식을 접합니다. 하지만 비개발자인 저에게 쏟아지는 정보의 양은 오히려 막막하게 느껴졌습니다. 시대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고 하지만, 정작 제 일상에서는 그 변화를 직접 체감하기도, 따라가기도 어려웠습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이런 고민도 함께 찾아왔습니다.
“AI가 점점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게 된다면, 나는 앞으로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
그러던 중 마침 회사에서 다양한 AI 도구를 적극적으로 지원하면서, 저도 직접 사용해볼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한 호기심으로 시작했지만, 하나씩 실제 업무에 적용해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AI를 업무에 적용하면서 가장 먼저 생각한 것은 ‘무엇이 불편한지를 정확히 아는 것’이었습니다. 먼저 제 업무를 파악하고 그 작은 불편을 줄이는 것에서 출발해, 점차 업무 전반으로 AI가 스며들게 했습니다. 사람이 직접 입력하던 일을 줄였고, 반복해서 판단하던 기준을 시스템에 옮겼습니다. 최근에는 데이터를 정리하는 것을 넘어, 특이사항을 시스템이 먼저 찾아내도록 만들고 있습니다.
지난 상반기 동안 제가 AI를 어떻게 업무에 활용했는지, 다섯 가지 사례로 소개해보려고 합니다.
STEP 1. 3초의 클릭부터 줄이기
처음부터 복잡한 업무를 자동화하려고 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업무에 필요한 메일 문서가 언제 날아올지 몰라 항상 Gmail 웹을 켜두곤 했습니다. 그러다 다른 업무를 보며 실수로 탭을 닫기도 했고, 그러면 메일을 확인하기 위해 다시 Gmail을 열어야 했습니다. 이렇게 하루에 여러 번 들어가 보게 되었습니다. 반면 사내 메신저인 Slack은 늘 켜두고 있으니, 메일 알림을 Slack으로 옮겨보기로 했습니다.
Claude의 도움을 받아 Apps Script를 활용해, 메일이 도착하면 Slack으로 제목과 내용까지 함께 전달하도록 만들었습니다. 광고성 메일은 걸러내고 업무에 필요한 메일만 오도록 조건까지 설정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체크 이모지를 달면 Gmail에서 자동으로 읽음 처리되고, 누가 언제 확인했는지도 함께 기록됩니다. 아주 사소한 불편을 줄여본 것이 업무 자동화의 출발점이었습니다.
STEP 2. 흩어진 요청을 한 곳으로 모으기
두 번째로 바꾼 업무는 서류 요청입니다. 재무팀은 계약이나 여러 업무용으로 회사 내부 서류를 요청받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기존에는 이런 요청이 개인 DM으로 오기도 하고, 팀 채널에 올라오기도 했습니다. 문제는 요청하는 방식이 매번 달랐다는 것이었습니다. 어떤 서류가 필요한지는 적혀 있지만 제출처가 없거나, 언제까지 필요한지 적혀 있지 않은 경우가 많았습니다. 스캔본이면 되는지, 원본이 필요한지도 다시 확인해야 했습니다.
결국 요청을 받을 때마다 부족한 정보를 다시 물어봐야 했고, 그 대화가 DM과 여러 채널에 흩어져 있어 어떤 요청이 처리됐고, 어떤 요청이 남아 있는지도 한눈에 파악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요청 양식에 통일성을 두고자, 서류 요청 봇을 만들었습니다.
서류 요청 봇을 실행하면 필요한 항목을 모두 입력해야 제출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필요 서류는 자주 요청되는 13종을 목록으로 만들어두었습니다. 목록에 없는 서류는 ‘기타’로 직접 입력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제출된 요청은 재무팀 채널로 바로 들어옵니다. 요청자, 처리 기한, 필요 서류, 제출처, 요청 사유가 한 메시지에 정리되고, 처리가 끝나면 완료 버튼을 눌러 처리 상태를 변경할 수 있습니다. 누가 언제 처리했는지도 함께 기록됩니다. 봇을 통해 부족한 정보를 다시 물어보는 과정이 없어졌고, 요청이 한 채널에 모이면서 처리 현황도 눈에 보이게 되었습니다.
업무 자체를 자동화한 것은 아닙니다. 요청 과정을 한곳으로 모으는 자동화를 통해, 일이 시작되는 지점을 먼저 정리했습니다. 그것만으로도 훨씬 편하게 일할 수 있었습니다.
STEP 3. 반복을 시스템에 맡기기
저의 루틴 업무 중 하나는 전일 거래 내역을 검토였습니다. 거래 건마다 계정 과목과 적요를 입력하고 특이사항이 없는지 하나씩 확인하는 작업을 반복했습니다. 그런데 업무를 수행하다 보니 매일 새로운 판단만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회사 인근 식당에서 결제된 식대, 매월 출금되는 자동이체, 법인카드 대금처럼 이미 처리 기준이 정해진 거래가 상당수였습니다. 전월에도 확인했던 거래를 이번 달에 다시 확인하고, 같은 계정 과목과 적요를 입력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미 기준이 정해진 거래는 시스템이 처리하고, 사람은 판단이 필요한 거래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통장 내역 검토 시스템을 제작했습니다.
머릿속으로 판단하던 기준을 하나씩 꺼내 시스템의 규칙으로 만들었습니다. 파일을 올리고 버튼을 누르면 모든 거래가 키워드 → 자동이체 → 카드결제 순서로 규칙을 통과합니다.
매달 반복되는 자동이체와 카드결제는 마스터 데이터에 한 번만 등록해두면 다음 달부터 자동으로 처리됩니다. 통신비나 렌탈료처럼 날짜와 금액만 조금씩 달라지는 거래들입니다.
다만 모든 거래를 자동으로 처리하는 것을 목표로 하지는 않았습니다. 통장 출금과 지출 문서를 대조할 때는 거래처, 유사도, 금액 순으로 세 단계로 나눠 적용하고, 마지막 단계까지도 확신할 수 없는 거래는 자동으로 연결하지 않았습니다. 빠르게 처리하는 것보다 잘못 연결하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어느 단계에서 매칭됐는지는 색으로 구분됩니다. 규칙이 채운 거래와 사람이 확인해야 하는 거래가 자연스럽게 갈립니다. 이 시스템을 만들었다고 해서 재무팀의 역할이 달라진 것은 아닙니다. 여전히 거래의 성격을 확인하고, 이상한 자금 흐름이 없는지 살피고, 평소와 다른 거래를 발견하는 것은 사람이 해야 하는 일입니다.
달라진 것은 그 판단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입니다. 기존에는 이미 알고 있는 거래와 처음 보는 거래를 모두 같은 방식으로 확인했습니다. 지금은 이미 기준이 정해진 거래는 시스템이 먼저 정리하고, 사람은 새롭게 판단해야 하는 거래에 집중합니다. 그리고 오늘 한 번 확인해서 기준을 만든 거래는 다음 달부터 다시 처음부터 확인하지 않아도 됩니다.
이 자동화를 만들면서 가장 크게 느낀 점도 이 부분이었습니다. 반복 업무를 줄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일을 더 빨리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같은 판단을 다시 하지 않도록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AI는 그 과정에서 제가 생각한 업무 로직을 실제 시스템으로 빠르게 구현하는 데 도움을 주었습니다.
STEP 4. 이상 신호 먼저 발견하기
네 번째로 개선한 업무는 SaaS 비용 관리 대시보드 제작입니다.
현재 사내에 약 130개의 SaaS가 등록되어 있습니다. 처음부터 이렇게 많지 않았지만, 팀마다 필요한 도구가 점차 늘어나며 지금의 규모가 되었습니다.
기존에는 결제 내역을 시트에 붙여 넣어 나열된 숫자들을 직접 눈으로 파악했습니다. 따라서 이번 달 총액은 쉽게 알 수 있었지만, 전월 대비 금액 추이를 한눈에 파악하기 어려웠습니다. 또한 같은 서비스를 여러 개 등록한 경우, 몇 개의 계정이 계속 결제 중인지 확인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데이터를 사람이 하나씩 살펴보기보다, 확인이 필요한 내역을 시스템이 먼저 보여주도록 만들었습니다.
대시보드에 접속하면 월·팀별로 금액 추이를 가시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특히 한 줄 요약을 통해 전월 대비 금액 변화에 큰 영향을 미친 서비스 내역을 간단하게 살펴볼 수 있습니다.
팀마다 증감률과 최근 흐름을 나란히 놓고 비교합니다. 팀별로 지출 규모가 다르기 때문에 그래프 높이는 팀 안에서만 비교하도록 했습니다.
그리고 매달 눈으로 확인하던 기준을 판정 조건으로 옮겼습니다. 전월 대비 증가율이 30%를 넘으면 긴급, 10%를 넘으면 확인으로 표시됩니다. 상태는 해지인데 청구가 계속되면 청구잔존으로, 월간 결제인데 당월 금액이 없으면 미결제 의심으로 잡힙니다. 나가야 할 돈이 안 나간 것도 이상 신호이기 때문입니다.
대시보드를 통해 데이터를 가시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되면서, 특이사항을 쉽게 발견하여 대처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STEP 5. 손으로 옮기던 기록을 원본 그대로 쌓기
마지막은 상품권 관리대장입니다. 상품권을 발송할 때마다 반복되는 작은 일이 있었습니다. 발송 건이 생기면 주문 내역을 스프레드시트에 하나씩 수기로 옮겨 적는 일이었습니다.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이 작업은 생각보다 자주, 그리고 여러 사람의 손을 거쳐 이루어지고 있었습니다.
문제는 '수기 입력'과 '여러 담당자'라는 조건이 겹치면서 생겼습니다. 담당자마다 상품권을 발송하고 기록을 남기는 시점이 제각각이었기 때문에, 실제 발송 순서와 스프레드시트에 기록된 순서가 서로 어긋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바쁜 날에는 입력 자체가 누락되기도 했습니다. 한 번 기록이 꼬이거나 누락되면, 그때부터는 원인을 찾는 일이 시작됐습니다. 발송 사이트의 실제 내역과 스프레드시트를 한 줄씩 대조해가며, 어디서 순서가 틀어졌는지 혹은 어떤 건이 빠졌는지를 직접 찾아야 했습니다. 이 대조 작업에만 30분 이상이 걸렸고, 발송량이 많은 날일수록 시간은 더 늘어났습니다. 관리대장은 정확해야 의미가 있는 문서였기에, 번거롭다고 대충 넘길 수도 없는 일이었습니다.
여기서 든 생각은 단순했습니다. 사람이 손으로 옮겨 적기 때문에 순서가 꼬이고 누락이 생기는 것이라면, 그 옮겨 적는 일 자체를 자동화하면 되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만든 봇은 매일 정해진 시간에 발송 사이트의 캐시 내역을 자동으로 불러와, 스프레드시트에 그대로 입력해줍니다. 사람의 입력 시점에 좌우되던 기록이, 이제는 매일 같은 시간에 원본 순서 그대로 쌓이게 된 것입니다.
기본은 하루 한 번 정해진 시간에 채워지지만, 당장 확인이 필요한 경우에는 시트 상단의 '오피스콘 봇' 메뉴에서 직접 내역을 불러올 수 있습니다. 방금 발송한 건까지 바로 대장에 반영되기 때문에, 급하게 확인해야 하는 순간에도 기다릴 필요가 없습니다.
덕분에 담당자들이 하는 일도 훨씬 단순해졌습니다. 이제는 자동으로 채워진 내역을 확인하고, 어떤 사업에 쓰였는지와 담당자가 누구인지 정도의 맥락 정보만 채워 넣으면 됩니다. 발송 기록 자체를 손으로 옮기는 일, 그리고 그 과정에서 생기던 실수들은 사라졌습니다.
가장 크게 달라진 것은 누락이 없어졌다는 점입니다. 발송된 건은 빠짐없이 원본 순서대로 기록되기 때문에, 예전처럼 순서가 꼬이거나 빠진 건을 찾기 위해 사이트와 스프레드시트를 대조할 일이 없어졌습니다. 매번 30분 이상 걸리던 그 작업 자체가 통째로 사라진 셈입니다. 설령 담당자 정보가 비어 있는 건이 있더라도, 자동으로 기록된 주문번호만 보면 어떤 발송 건인지 바로 확인하고 담당자를 추적할 수 있습니다. 기록의 정확도는 올라갔고, 확인에 드는 수고는 내려갔습니다.
처음에는 자동화라고 하면 뭔가 거창한 시스템을 떠올렸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효과를 본 건, 매일 반복하던 작은 기록 하나를 맡긴 것뿐이었습니다. 가장 좋은 자동화 아이디어는, 매일 반복하느라 오히려 눈에 잘 띄지 않던 가장 가까운 일에 있었습니다.
AI와 함께 일한다는 것은
예전에는 반복 업무가 있으면 '어떻게 하면 더 빨리 처리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습니다. 그러나 AI를 업무에 적용하면서 질문은 '이 일을 사람이 해야 할까?'로 달라졌습니다. 업무에 접근하는 방식부터 달라진 것입니다. 이미 알고 있는 거래를 왜 매번 다시 판단하는지, 사람이 일일이 찾아보던 이상 거래를 시스템이 먼저 발견할 수는 없는지, 손으로 옮겨 적던 기록을 꼭 사람이 채워야 하는지 고민했고, 그 질문에 대한 답이 앞서 소개한 자동화로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자동화의 범위가 넓어질수록 사람의 판단이 필요한 지점도 더 분명하게 보였습니다.
실제 업무에는 예상하지 못한 거래와 예외가 계속 생깁니다. 어디까지 자동화하고 어떤 경우에 사람이 확인할지는 결국 업무를 이해하고 결과에 책임지는 사람이 결정해야 합니다. AI는 처리할 수 있는 영역을 넓혀주지만, 어디까지 맡길지 결정하고 최종적으로 판단하는 주체는 여전히 사람입니다. 앞으로도 손이 자주 가던 일들을 하나씩 다시 들여다보며, 반복을 줄일 수 있는 지점을 찾아 재설계해볼 생각입니다. 그래서 이제는 AI가 제 일을 어디까지 대신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기보다 이렇게 질문하고 있습니다.
"AI와 함께라면, 이 일을 어디까지 다르게 할 수 있을까?"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