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매쓰플랫 세일즈팀에서 Sales Operation Manager(SOM)로 일하고 있는 고경재입니다. 세일즈팀에는 여러 파트가 있습니다. 고객과의 상담 약속을 만드는 ISR, 고객과 상담하고 계약을 만드는 AM, 설명회를 기획하고 진행하는 설명회 파트, 그리고 기가입자를 관리하는 CSM. 저는 그 옆에서 팀이 잘 굴러가게 만드는 일을 합니다. 시트를 정리하고, 프로세스를 다듬고, 숫자를 보는 일이요.
이 자리에서 일하다 보면 생기는 오래된 숙제가 하나 있었습니다. 각 파트가 무슨 일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 관심은 늘 있었는데, 바쁘다는 핑계, 내 일이 아니라는 핑계로 정작 들여다보지는 않고 있었다는 겁니다. "언젠가 한번 찬찬히 봐야지" 하고 생각만 하다 지나가곤 했어요.
그러다 회사에 AI 붐이 왔습니다.
세일즈팀의 딜레마: 다들 바빠서 AI를 못 씁니다
전사적으로 AI를 활용해보자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는데, 세일즈팀은 사정이 좀 달랐습니다. 고객 영업과 인입 응대가 업의 중심이다 보니, 하루 종일 고객과 상담하고 전화를 받는 팀원들이 자리에 앉아 AI 도구를 익히고 실험할 시간을 내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러던 중 저에게 새 업무가 배정됐습니다.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서 팀원들의 업무를 효율화하고, 팀 전체의 AI 활용도를 높이는 역할이요. 솔직히 말하면, 저한테는 완전한 기회였습니다. "다른 파트가 뭘 하는지 들여다보고 싶다"는 오래된 관심사에, 드디어 핑계가 아니라 명분이 생긴 거니까요. 이제는 들여다보는 게 제 일이 됐습니다.
시작은 AI가 아니라 대화였습니다
제일 먼저 한 일은 AI와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팀원들에게 페인포인트(반복 업무)와 "이런 거 AI로 안 될까?" 하는 아이디어를 받았습니다. 접수된 것들은 화려한 게 아니라, 실무자가 매일 몸으로 때우고 있어서 진짜 해결이 필요한 일들이었어요. 들여다보니 크게 세 갈래였습니다.
첫째, 알림은 슬랙으로 오는데 기록은 시트에 남겨야 해서 사람이 옮기는 일들. 무료체험 신청이 들어올 때마다, 설명회 신청이 들어올 때마다 누군가 알림을 보고 시트에 옮겨 적고 있었습니다. 이건 슬랙 워크플로우로 알림 데이터가 시트에 바로 쌓이게 연결해서 옮겨 적기 자체를 없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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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신청 건마다 필드 값별로 시트에 복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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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경) 워크플로우 및 수식으로 시트 적재 자동화
B2B 리드 채널은 한 발 더 나가서, Zapier에 AI 단계를 끼워 메시지에서 업체명·미팅 방식·시간을 뽑아 담당 AM의 캘린더에 일정까지 자동으로 잡히게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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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리드 메세지 내용 확인해서 리드별로 캘린더 직접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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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경) 재피어 활용해서 이모지 클릭하면 캘린더 자동 등록
둘째, 형식 없는 메시지를 수십 개 컬럼짜리 시트에 맞춰 정리하는 일. ISR이 리드를 등록하려면 채널의 비정형 메시지를 보며 시트의 수십 개 컬럼을 하나하나 채워야 했는데, 이건 연동만으로는 풀리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클로드 코드와 함께 슬랙 봇을 만들었습니다. /리드를 치면 입력 폼이 뜨고, 제출하면 시트 등록·채널 알림·담당 AM 멘션까지 한 번에 끝나는 방식으로 데이터 입력 자체를 구조화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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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리드 메세지 수기 입력 및 시트에 동일 정보 재기입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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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경) 슬랙 봇으로 리드 입력 시 시트 등록 자동
셋째, CRM에 들어가 학원을 검색하고 같은 필드들을 반복 입력하는 일. 계약서가 회신되면 학원 상태·체험 기간·요금제를 바꾸고 상담 노트까지 남기는 5~6단계 작업이 건당 1~2분, 설명회 뒤에 대량 가입이 나오면 그걸 수십 건씩. 아카데미 수료기간 입력도 같은 계열이었습니다. 이건 시트에 처리할 목록을 쌓아두면 크롬 확장 프로그램이 CRM 화면에서 버튼 한 번에 차례로 입력해주는 도구를 만들어 해결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저는 개발자가 아니라는 겁니다. 슬랙 봇도, 크롬 확장도, Apps Script도 만들 줄 몰랐어요. 그런데 클로드는 알더라고요. 그러고 보면 만드는 과정도 결국 대화의 연속이었습니다. 팀원과의 대화로 "이 일이 실제로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배우고, 그걸 클로드에게 설명해서 도구로 만들고, 결과물을 다시 실무자에게 가져가 "이거 실제로 쓸 만한가요?"를 확인받는 식으로요. 제가 한 일은 코딩이 아니라 그 사이를 잇는 통역에 가까웠습니다.
그렇게 여섯 개의 반복 업무가 사라지거나 크게 줄었고, 월 기준 약 42시간이 절약됐습니다. 팀원 한 명이 일주일 내내 하는 일의 분량이 매달 사라진 셈인데 그 출발점은 대단한 기술이 아니라, 팀원들에게 던진 질문 하나였습니다.
42시간보다 반가웠던 변화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숫자보다 반가운 변화가 생겼습니다. 팀원들의 AI에 대한 관심이 올라가기 시작한 겁니다. 처음에는 제가 페인포인트를 물으러 다녔는데, 요즘은 가끔 팀원들이 먼저 찾아오기도 합니다. "이것도 자동화 될까요?", "이건 AI로 어떻게 하는 거예요?" 업무가 실제로 편해지는 경험을 하고 나니, AI가 "언젠가 배워야 하는 숙제"가 아니라 "내 일을 덜어주는 도구"로 보이기 시작한 거죠. 바빠서 AI를 못 쓰던 팀이, 조금씩 AI로 풀 수 있는 일을 알아보는 팀으로 변해가고 있습니다.
이 경험에서 배운 게 하나 있습니다. 회사의 AX(AI 전환)에서 AI를 얼마나 잘 다루느냐 만큼 중요한 게, 동료들과의 소통과 "우리가 어떤 문제를 풀려고 하는가"에 대한 목적성 일치라는 것입니다. 아무리 좋은 자동화도 실무자의 진짜 페인포인트와 어긋나 있으면 쓰이지 않습니다. 반대로 투박한 도구라도 "매일 나를 괴롭히던 바로 그 일"을 지워주면, 팀은 AI를 신뢰하기 시작합니다. 그 신뢰가 다음 아이디어를 부르고요.
그래서 저에게 소통은 자동화의 부속 작업이 아니라 방향타입니다. 팀원들과 이야기하면서 다음에 풀 과제를 발굴하고, 이미 만든 것들의 개선점을 찾고, AI 활용을 어디까지 넓힐지 이 중요한 방향들이 전부 대화에서 정해졌습니다.
그리고 제가 성장하고 있었습니다
자동화를 만들다 보면 어쩔 수 없이 낯선 개념들과 마주칩니다. API 연동이 뭔지, 서버가 뭔지, 인증 토큰이 뭔지. 처음에는 클로드가 하자는 대로 따라갔는데, 어느 순간부터 제가 먼저 "이거 API로 되지 않아?"라고 묻고 있더라고요.
최근에는 이런 것도 해보았습니다. 아카데미 수강생들의 교육 영상 시청률을 관리 시트에 옮겨야 하는 일이 있었는데, 관리자 페이지에서 한 명씩 눈으로 확인해야 하는 구조였어요. 클로드와 함께 그 사이트의 내부 API를 찾아서, 매일 아침 10시에 자동으로 시청률이 시트에 채워지는 파이프라인을 만들었습니다. 로그인이 필요한 외부 사이트의 데이터를 끌어와서 우리 시트에 꽂는 일, 1년 전의 저라면 "그건 개발팀 일"이라고 했을 겁니다.
데이터 쪽도 마찬가지입니다. 채널별로 흩어져 있던 영업 시트 일곱 개를 Apps Script로 매일 자동 취합해서, 잠재 고객부터 계약까지 세일즈 퍼널 전체를 한 표에서 추적하는 통합 DB 시트를 만들었습니다. 요즘은 회사 DB, Metabase, Mixpanel 같은 도구도 연동해서 흩어져 있는 데이터를 모으고 분석하는 업무도 시도해 보고 있고요. 절약된 42시간은 팀의 것이지만, 넓어진 업무 영역은 제 것이 됐습니다.
AX인 듯, 아닌 듯
솔직히 말하면 제가 한 일들이 "AI 전환"이라는 거창한 이름에 어울리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조직을 갈아엎지도 않았고, 대단한 시스템을 구축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냥 옆자리 동료가 매일 하던 반복 업무를, 동료와 이야기해가며 하나씩 지웠을 뿐입니다. 그런데 그 "하나씩"이 쌓이니 팀이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팀원들은 반복 업무 대신 고객에게 시간을 쓰고, AI로 풀 만한 일을 조금씩 알아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팀의 모든 파트가 일하는 방식을 핑계 대며 미뤄만 왔던 그 일들을 어느새 속속들이 들여다보는 사람이 되어 있었습니다.
AI가 일을 대체할 거라고들 하는데, 적어도 지금까지의 경험은 반대였습니다. AI는 제 일을 대체한 게 아니라, 제가 하고 싶었지만 못 하던 일을 하게 해줬습니다. 업무를 효율화하는 파트너이자, 제 업무 역량을 넓혀주는 파트너로요. 그리고 그 파트너십이 팀 전체로 번지게 만드는 건, 결국 AI가 아니라 동료들과의 대화였습니다.
물론 여기가 끝은 아닙니다. 지금까지의 자동화가 팀의 시간을 벌어주는 일이었다면, 요즘 제 관심사는 "무엇을 더 자동화할까"에서 "무엇이 팀의 성과를 움직일까"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퍼널 데이터를 한곳에 모아둔 것도 그래서입니다. 어느 채널에 집중할지, 어떤 리드부터 잡아야 할지 같은 판단에 쓰이도록요. 그리고 그 답도 결국, 팀원들과의 대화에서 나올 거라고 믿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