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프리윌린 피플팀에서 조직문화를 담당하고 있는 강석원입니다.
회사가 공동체로 움직이다 보면 크고 작은 개선 포인트들이 자연스레 생기기 마련이죠. 이럴 때 선택지는 보통 두 가지입니다. 규정을 만들어 행동을 제한하거나, 혹은 금지하는 방식으로 관리하는 것.
하지만 프리윌린은 조금 다른 길을 택했습니다. 규정보다는 작은 힌트와 유머, 그리고 자연스럽게 참여를 이끌어내는 ‘넛지(Nudge)’ 방식에 가까운 접근을 선호하거든요. “과연 규정을 만들지 않아도 구성원들이 스스로 행동할까?”라는 걱정도 있었지만, 실제로는 예상보다 훨씬 높은 참여와 긍정적인 반응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우리가 직접 시도해본 여러 넛지 실험들과 그 결과를 함께 공유해보려고 해요.
그 작은 친절을 알아요.
사무실 비품이 비었을 때, 누가 시키지 않아도 조용히 채워주던 분들이 있었어요. 피플팀은 이 배려가 그저 사라지는 선행으로 남지 않길 바랐고, 더 많은 구성원이 이 작은 친절에 동참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선택한 방법은 바로 비품을 채우는 곳들에 랜덤 쿠폰을 숨기는 것이었어요. 그리고 그 쿠폰을 회사 전체 채널에 인증하면 커피를 보내드리기로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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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4 용지함·핸드타올 보관함 곳곳에 쿠폰을 불규칙하게 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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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발견한 사람에게만 주어지는 작은 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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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필 행동을 ‘귀찮음’이나 “다른 이에게 떠넘김’ 아닌 ‘작은 행운’과 연결
쿠폰을 발견한 사람들이 소소한 즐거움을 공유하면서 자연스럽게 참여도 확대됐습니다. 현재 이 넛지는 더 이상 운영하지 않고 있습니다. 넛지 효과가 약해서가 아니라, 프리윌린이 성장하면서 점심 시간에도 청소 업체가 상주하게 되어 구성원들이 직접 핸드타올이나 A4 용지를 채울 일이 거의 없어졌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당시에는 이 넛지가 분명한 효과를 냈습니다. 모두가 먼저 비어 있는 비품을 발견하면 솔선수범해 채우는 문화가 자연스럽게 자리잡았고, 작은 친절이 더 많은 친절을 불러오는 경험을 만들었어요.
잔디밭에 쓰레기를 버리지 마세요.
프리윌린 3층 회의실에는 이전 건물에서 사용하던 라디에이터 자리가 있었어요. 지금은 기능은 사라지고 시설물만 남아 있는 공간인데, 점심을 회의실에서 먹는 일이 많다 보니 이곳에 늘 일회용품이 쌓이곤 했습니다. 음식물 쓰레기 봉투부터 일회용품까지, 점심 후엔 늘 어수선한 상태였죠. 단순 공지로는 효과가 없다는 걸 이미 여러 번 경험했기 때문에, 우리는 아예 공간의 분위기 자체를 바꾸는 방향을 선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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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에이터 위에 작은 잔디밭 설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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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동물 피규어 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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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디밭 위에 쓰레기를 올리지 말아주세요”라는 감성 메시지 부착
갑자기 사랑스러운 미니 정원으로 변한 공간에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일회용품을 두기 어려워졌고, 실제로 방치된 일회용품이나 봉투가 크게 줄었습니다. 동시에, 어색하게 남아 있던 라디에이터 구조물이 심미적으로도 훨씬 보기 좋은 공간으로 재탄생했어요. 단순히 행동이 바뀐 것을 넘어, 회의실의 분위기 전체가 더 깔끔해진 셈이죠.
사실 이 넛지는 제가 처음 고안한 아이디어는 아니에요. 대학 시절, 도서관 쓰레기통 위에 비워지지 않은 커피컵이 자꾸 쌓이자 학생들이 그 위를 잔디로 꾸며 문제를 해결한 사례를 본 적이 있었거든요. 이미 효과가 입증된 넛지를 프리윌린 환경에 맞게 적용해 본 것이고, 역시나 좋은 결과를 만들어냈습니다.
‘What’s Up’의 참여율 고민 → 모두가 즐기는 ‘슬랙 퀴즈쇼’로 전환
프리윌린에는 구성원들의 업무 성향과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를 공유하는 ‘What’s up?’이라는 문화 프로젝트가 있어요. 반기마다 전 직원이 직접 글을 작성하고, 이를 DID를 통해 소개하며 서로의 일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주는 콘텐츠였죠.
하지만 인원이 50명에서 100명 이상으로 늘어나며, 카드 수가 많아지고 콘텐츠 분량도 커지다 보니 모두가 꼼꼼히 읽기엔 점점 부담스러워지는 상황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What’s up’의 의미를 다시 살리기 위해, 참여를 유도하는 새로운 방식을 고민했고 결국 슬랙 퀴즈쇼라는 넛지를 시도하게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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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at’s Up 내용을 기반으로 슬랙 퀴즈쇼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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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내용을 읽어야 하는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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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처럼 즐기며 자연스럽게 회사 정보를 습득
슬랙 퀴즈쇼에 참여하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What’s Up’의 의미가 되살아났습니다.
정답자 중 추첨을 통해 메가커피 기프티콘을 제공하거나, 회사에 들어온 선물이 있을 때는 그걸 나누기도 했어요. 가끔 큰 선물이 걸린 날에는 DID 앞에서 ‘What’s Up’ 콘텐츠를 열심히 공부하는 풍경도 자주 볼 수 있었답니다.
불을 끄면 유령들이 놀아요!
퇴근 후 불을 끄지 않고 가는 문제가 있었어요. 퇴근 후에 불을 끄고 가달라는 슬랙 공지를 여러 번 했지만, 간혹 불이 안꺼진 날들이 계속되기도 했죠. 그래서 우리는 딱딱한 지시 대신, 스토리텔링을 선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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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D에 프리윌린 유령 포스터 롤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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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을 꺼주면 유령들이 놀 수 있어요!”라는 귀여운 설정 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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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스위치에 야광 유령 스티커 부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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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불을 끄는 사람만 볼 수 있는 작은 보상
이 작은 재미 요소 덕분에 퇴근 시 불을 끄고 가는 행동이 훨씬 자연스럽게 자리 잡았습니다. 지시나 규정보다, 가벼운 유머와 재미가 더 큰 변화를 만들어낸 사례였어요.
취향을 존중하자 참여가 따라왔다, ‘취향 존중 런치’
프리윌린은 매달 구성원 간 교류를 위해 랜덤런치를 진행하고 있어요. 꾸준히 이어온 프로그램이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참여율이 예전만큼 나오지 않는다는 점이 눈에 띄기 시작했습니다. 초기에는 참여를 높이기 위해 점심 시간을 2시간으로 넉넉하게 잡았고, 이후에는 랜덤런치 때만 적용되던 점심 비용 제한을 평상시와 동일하게 무제한으로 풀어보기도 했어요. 하지만, 참여율은 어느 정도 선에 더 늘어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참여가 다시 활발해지기 위한 본질적 동기를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단순히 ‘밥을 함께 먹는’ 랜덤 매칭만으로는 어색함이 남을 수 있지만, 취향이 맞는 사람들끼리 함께 점심을 먹고 작은 활동까지 곁들인다면 훨씬 자연스럽게 친밀감이 생길 수 있다고 판단했죠.
이렇게 해서 ‘취향 존중 랜덤 런치’가 탄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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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자가 이번 달 하고 싶은 활동을 직접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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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보드게임, PC방, 만화 카페, 탁구, 평양냉면 원정대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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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취향을 선택한 사람들끼리 매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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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금액 제한을 풀거나 점심 시간을 늘리는 것보다 훨씬 높은 참여율·만족도 달성
사람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중심으로 팀이 구성되자 훨씬 적극적으로 참여했고, 그 결과 랜덤런치는 단순한 식사 시간이 아니라 취향 기반의 작은 커뮤니티 경험으로 확장되었습니다.
넛지가 만든 변화는 생각보다 크다
피플팀의 넛지 실험들을 돌아보면, 공통적으로 구성원들이 자연스럽게 행동을 선택하도록 유도하는 방식을 사용해왔습니다. 규칙이나 지시를 앞세우기보다는, 작은 재미 요소나 환경의 변화를 활용해 부담 없이 행동이 바뀌도록 만드는 접근이었어요. 이런 넛지들은 규모는 작지만 조직 분위기에 눈에 띄는 변화를 만들어냅니다. 사소한 불편이 줄어들고, 일상의 여러 행동들이 더 매끄럽게 흘러가며, 구성원들의 참여가 자연스럽게 높아지는 경험들이 이어졌거든요. 앞으로도 피플팀은 다양한 넛지 실험을 계속 시도해 볼 예정이에요. 어떤 새로운 시도가 이어질지, 기대해 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