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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에게 왜 그림을 그리라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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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서비스를 어떻게 마케팅할까?

때는 25년 4월. 아직 봄기운이 살랑살랑 부는 계절에 나는 이벤트 기획안 하나를 들고, 계절만큼이나 들뜬 마음으로 마케팅 팀 리드의 자리를 방문했다. 첫 장을 보자마자 나에게 던진 질문.
“선생님에게 왜 그림을 그리라고 해요?”
그렇다. 내가 당시 준비했던 이벤트의 제목은 표지 그림 콘테스트. 일명 ‘선생님이 그림 그리는 대회’였다. 당시 우리 회사는 야심 차게 ‘매쓰플랫 프린팅’ 이라는 서비스를 런칭한 상태였다. 수학 선생님인 고객들이 매쓰플랫에서 교재를 제작하면, 직접 실물로 만들어 배송을 해주는 서비스였다. 다만 처음에는 우여곡절이 많았는데, 아무래도 처음 인쇄소를 차리고 교재를 제작 및 배송하다 보니 다양한 부분들에 대해 고객들의 개선 요청이 있었다. 그래서 이에 맞춰 서비스를 계속 가다듬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 와중에 이제 회사에서 해당 서비스에 대한 본격적인 마케팅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생겼고, 교재 매출 및 서비스 인지도 상승에 대한 특명이 나에게 떨어졌다. 그렇게 특명을 내리고 어떤 마케팅 활동을 기획할지 기대하고 있었을 텐데, 대뜸 그림 대회 기획안을 들고 왔으니 당연히 궁금해하실 만했다.
당시 매쓰플랫 프린팅 서비스와 관련해서 전혀 마케팅 활동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특정한 명분에 맞춰 쿠폰을 제공하거나, 교재 제작 기능의 사용률을 높이기 위한 리워드 이벤트도 진행했었다. 하지만 생각보다 큰 매출 상승 효과는 잘 일어나지 않았었는데, 그 이유는 명확했다. 교재를 주문하지 않는 고객은 계속 주문하지 않았다. 쿠폰을 줘도 사봤던 사람만 다시 주문하고, 단 한 번도 주문하지 않았던 고객은 그 어떤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물론 학원에서 매쓰플랫 교재가 전혀 필요 없는 선생님들도 있을 것이다. 인쇄가 자체적으로 되거나, 혹은 학습지로 수업하는 선생님들은 굳이 구매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필요가 있음에도 사지 않는 사람들도 분명 많았다. 비싸서? 혹은 품질이 좋지 않아서? 매쓰플랫 프린팅 서비스에 대한 가치를 제대로 전달하려면 이 부분을 먼저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필요했다.
그러던 중 전사 타운홀미팅에서 나는 우연히 힌트를 얻을 수 있었다. 아래는 당시 타운홀미팅 중 서비스 운영팀이 발표한 프레젠테이션의 일부이다.
매쓰플랫 프린팅 서비스에 대한 고객의 주요 개선 요청사항
교재 표지에 대한 개선 요청이 꽤 많다는 내용이었다.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선생님들이 저렇게 표지 디자인에 대해 관심이 많나…?” 자세히 들여다보니 주로 본인이 직접 표지 디자인을 하고 싶다는 내용들이 많았다. ‘수학 선생님들이 디자인을 하면 얼마나 하겠어’라는 심정으로 나는 선생님들이 주로 활동하는 카페 커뮤니티에 ‘표지’를 검색해 보았다.

헉!

생각보다 훨씬 많은 선생님이 교재 표지를 직접 디자인하고 있었다. 사용하는 디자인 툴도 다양했고, 서로 각자의 표지에 대한 나름의 의견도 주고받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아무리 봐도 거기에 올라와 있는 교재 표지들이 예뻐 보이지가 않았다. 아무래도 전문가가 만든 것은 아니다 보니 때론 엉성해 보였고, 때론 그 의도를 이해하기 어려워 보였다.
그런데도 왜 선생님은 직접 표지를 디자인하길 원하는 것일까. 연령대가 다르고, 직업이 다르고, 환경이 다르기에 예쁜 표지에 대한 기준도 혹시 다른 걸까? 나는 이 기준에 대한 우리와 선생님 간의 간극을 정확히 알아야, 당장의 VoC 해결은 물론 앞으로 교재 서비스에 대한 성공적인 마케팅도 가능하리라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기획했습니다. 표지그림 콘테스트. 대회를 열어서 선생님들이 직접 표지 디자인을 제출하게 하고, 왜 이렇게 그렸는지 의도를 알아보려고 합니다.”

대회를 준비하다

방향을 잡다

대회를 열어야 하는 당위성에 대한 설득은 성공했다. 그리고 대회 준비를 시작하기에 앞서, 방향이 흔들리지 않도록 이 대회를 여는 목적 및 목표를 설정했다. 핵심 목적은 대회를 통해 매쓰플랫 교재 서비스의 인지도를 높이자는 것이었다. 그동안 광고를 통해 “우리 교재 잘 만들어요!”라고 열심히 이야기했지만 정작 매쓰플랫 프린팅 이라는 교재 서비스의 이름도 모르는 사람이 태반이었다. 그래서 대회를 통해 고객의 관심을 유도하고, 참여를 통해 자연스럽게 고객이 매쓰플랫의 교재 서비스를 인지할 수 있게끔 하는 것을 핵심 목적으로 두었다.
이 목적과 부합하는 정량적인 목표는 응모 수 100건으로 잡았다. 당시 전체 고객 수의 약 1%에 해당하는 수치였다. 언뜻 들었을 때는 참여율 1%라는 목표 수치가 굉장히 작아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당시 데이터를 살펴보면 결코 작은 수치가 아니었다.
매쓰플랫 고객의 주 사용 기능은 교재가 아닌 학습지이다. 매쓰플랫 프린팅 서비스가 등장하면서 우리는 고객들이 교재 기능을 많이 이용하게끔 유도할 필요가 생겼는데, 이는 굉장한 난제였다. 교재 기능을 새롭게 경험하는 고객 증가율은 평균 0.05% 정도에 불과했다. 즉, 전날 대비 5명이 채 안 되는 고객들이 교재 관련 기능을 새로 경험하는 것이었다. 그러므로 대회를 통해 100명 이상의 고객이 새롭게 매쓰플랫 프린팅을 맛본다면 대성공이라고 판단했다.
그리고 핵심 목적과는 별개로 부차적인 목적을 하나 추가했는데, 바로 교재 매출 상승이었다. 대회 성격상 직접적이진 않더라도 참여한 고객이 자연스럽게 교재 구매에도 관심을 갖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려면 고객이 대회를 참여하는 과정 속에서 매쓰플랫 프린팅 서비스의 장점을 체감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렇게 체감하고 나서 고객이 구매를 고민하는 시기에, 상황과 적절하게 맞아떨어지는 제안을 줄 수 있다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이 2가지에 대한 각각의 내용은 아래에서 좀 더 자세히 서술하도록 하겠다.
대회를 통해 매쓰플랫 프린팅의 장점을 파악하게끔 하기
매쓰플랫 프린팅 서비스가 시중 교재와 차별화되는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바로 내가 원하는 디자인과 내용으로 교재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대회에서 우승하면 매쓰플랫에서 직접 해당 디자인으로 교재를 제작해 주고, 제품에서도 해당 디자인을 표지로 선택할 수 있게끔 해주겠다고 홍보했다. 이를 통해 매쓰플랫 프린팅을 전혀 모른 채 학습지 기능만 사용했던 선생님들도 우리가 어떤 서비스를 추가로 제공하는지 간접적으로 파악할 것이라 생각했다.
또한 브랜드 디자인팀에서 아주 좋은 아이디어를 더해 주었다. 바로 우승 상품으로 받게 되는 교재의 목업 디자인을 제작하여 대회 페이지에 올린 것이었다. 이 이미지 하나로 고객은 내가 직접 만든 표지 디자인으로 제작한 교재를 받았을 때 갖게 되는 설렘을 간접적으로나마 체감할 수 있었으리라. 이는 서점에서 일반 시중 교재를 사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매쓰플랫 프린팅만이 줄 수 있는 감정이었기에 더더욱 그 의미가 크다고 생각했다.
매쓰플랫 프린팅만이 줄 수 있는 설렘을 표현했다.
대회 이후 고객의 행동 및 상황 예측하기
대회가 끝나고 선생님들이 실질적으로 ‘괜찮은 것 같은데 그럼 교재를 한번 사 볼까?’ 생각하게 되는 시기는 언제일지 생각해 보았다. 예정대로 5월에 진행하고 대회가 긍정적으로 마무리된다고 가정했을 때, 선생님들은 6월부터 교재 구매에 나설 것이다. 6월이라면 여름방학이 약 1달 앞으로 다가온다는 것을 의미했다. 작년 데이터 기준으로, 방학 시작하기 한 달 전부터 교재에 대한 관심도가 서서히 상승한다. “됐다!”
그래서 표지그림 콘테스트의 대상 선정 기준을 ‘여름방학 특강 교재에 어울리는 디자인’으로 잡았다. 주제가 좁혀지기 때문에 선생님 입장에서도 참여하기 좀 더 수월해질 것이다. 매쓰플랫 여름방학 특강 교재에 대한 내용을 같이 이야기하기에도 좋았다. 마지막으로 대회가 끝나는 시점에 방학 교재 관련 할인 쿠폰도 같이 제시한다면? 금액, 명분, 시기 3박자가 고루 맞아 떨어진다고 판단했다.

난관을 극복하다

정해진 방향에 따라 구체적인 대회 준비에 돌입했다. 브랜드디자인팀과 제품경험팀이 이 작업에 같이 동참해 주었다. 배달의 민족에서 진행했던 신춘문예 이벤트만큼 멋지게 만들어 보기 위해 다들 열정적으로 참여해 주었다.당시 준비 과정에서 몇 가지 난관들이 있었는데, 이를 어떻게 극복했는지 소개해 보고자 한다.
난관 1 : 개발자 없이 페이지 만들기
가장 문제가 되었던 부분은 대회 페이지 제작이었다. 당시 개발팀이 워낙 리소스가 부족했던 관계로, 우리는 개발 공수 없이 대회 페이지를 만들어 내야 했다. 처음에는 노션으로 만들어서 게시하면 어떨까 하는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노션에서 지원하는 기능은 매우 한정적이었고, 그에 타협해서 제작해 보니 정말 볼품이 없었다. 제 2의 배민 신춘문예 이벤트를 꿈꾸던 우리에겐 시작부터 매우 큰 난관이었다.
처음부터 타협을 생각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볼품없는 페이지로 앞서 이야기한 장대한 목적을 달성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방법을 찾던 중에 문득 피플팀에서 제작한 채용 페이지에 눈길이 갔다. 이것도 분명 노션으로 만든 것인데, 어찌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단 말인가. 확인해 보니 노션의 여러 제약을 풀어주고, 추가로 기능을 확장해 주는 우피라는 툴을 활용해 제작한 것이었다. 물론 아예 개발 공수를 들이지 않고 만든 페이지는 아니었지만, 이 프로그램을 활용하면 노션으로도 우리가 꿈꾸는 멋진 페이지를 제작할 수 있었다. 그날로 바로 우피 활용법을 공부하고, 개발 공수 없이 노션을 이용해 아주 멋진 대회 페이지를 제작할 수 있었다.
난관 2: 타협의 유혹
수학 선생님이 참여하는 그림 그리기 대회는 처음이다 보니, 뭘 어떻게 그려서 내실지 전혀 감이 오지 않았다. 이 점이 난관으로 작용했던 이유는, 우승한 디자인을 표지로 선택해 제품에서 교재를 만들 수 있도록 개발해야 했기 때문이다. 어떤 디자인이 등장할지 예측이 안 되다 보니, 이를 제품에 적용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었던 것이다. 예를 들어 선생님이 디즈니 캐릭터를 그려 넣어 우리를 당황스럽게 한다든지, 혹은 아주 섬세하게 잘 그리셔서 제품에서 표현해 내기 어려울 수도 있었다. 그런 디자인은 안 뽑으면 그만 아니냐 할 수도 있지만 반대로 그런 디자인만 들어올 수도 있다. 최악의 경우를 가정했을 때 충분히 난관으로 여겨질 수 있었다.
특히 이런 이야기들이 오가면서 벡터와 래스터 지원에 관한 내용이 함께 언급되었던 기억이 난다. 나도 처음 알았던 내용이지만, 당시 매쓰플랫 프린팅은 표지 디자인을 벡터로 작업하고 있었다. 쉽게 말해 이미지를 하나의 선이나 도형으로 저장하는 방식이다. 크기도 효율적이고, 확대를 해도 깨지지 않는다. 그러나 선생님이 제출한 디자인의 성격에 따라 래스터를 지원해야 할 수도 있는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고객이 사진을 가지고 표지를 구성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앞서 말한 대로 당시 개발팀의 리소스가 굉장히 부족하기도 했고,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대회 하나 때문에 기능 자체를 개발할 수는 없었기에 더더욱 고민이 컸다.
우승한 표지 디자인을 꼭 제품 기능에 반영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도 이때 가장 많이 했던 것 같다. 타협의 유혹이 그 당시 굉장히 매력적이었지만, 결국 그러지 않기로 했다. 이 대회는 제품에 대한 고객의 VOC를 기반으로 탄생했고, 그러므로 제품 내에서 무언가 변화를 보여주어야만 했다. 우리가 대회를 통해 고객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개선하려고 하는 의지를 보여주려면 제품만 한 무대는 없다고 생각했다.
이 난관에 대해서는 다행히 제품경험팀과 개발팀에서 큰 도움을 주었다. 우승한 표지 디자인을 제품에 꼭 반영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공감해 주었고, 혹시나 우리를 당황스럽게 하는 디자인이 나오더라도 문제없이 반영해 주겠다고 하였다. 다른 처리 해야 하는 업무가 많아 선뜻 나서기 어려웠을 텐데, 대회 취지에 공감하고 지원을 약속해 주어 정말 든든하고 감사했다.
난관 3: 이것은 그림 대회인가, 표지 대회인가.
대회 컨셉을 어떻게 가져가야 하는지 고민이 매우 많았다. 완성도가 없는 테크닉은 테크닉이 아니라는 안성재의 대사처럼, 일단 표지 디자인은 그림의 완성도가 기본적으로 있어야 하지 않을까? 수학 선생님이 참여하는 대회인데 그림 실력을 얼마나 따져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부터, 그림 대회인데 그림 실력을 따지지 않으면 그건 그림 대회가 아니지 않나 하는 생각까지. 다양한 의견들이 나름의 설득력을 가지고 한바탕 어우러졌다.
그림을 못 그리면, 그림이 아닌 거예요.
이 고민은 우리가 맨 처음 이 대회를 열게 된 계기에 대해 다시금 짚어 보면서 자연스럽게 해결할 수 있었다. 우리는 수학 선생님이 생각하는 좋은 표지 디자인이란 어떤 것인지 궁금한 마음에서 출발했다. 그런데 우승자 선정 기준으로 그림 실력을 너무 강조하면, 이 부분이 전혀 확인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래서 우리는 조심스럽게 선정 기준을 아래와 같이 잡았다.
“학생들이 이 교재로 수업할 때 얼마나 신이 날지 평가합니다.”
수상 항목에 따라 조금씩 기준이 다르긴 했지만, 대상에 대한 선정 기준은 딱 이거 하나만 보기로 했다. 학생들이 만족하는 표지를 만들어라. 이렇게 하면 선생님이 표지 디자인을 제출하면서 같이 적는 의도란에 솔직한 마음을 담으리라 생각했다. 우리가 선생님을 바라보는 것처럼, 선생님에게는 학생이 그런 존재이다. 대회를 위한 디자인이 아닌, 학생을 위한 디자인을 제출해 달라고 하면 선생님의 진정한 의도를 알 수 있겠다고 여겼다.
그래서 기존에는 손 그림만 받는 것을 생각했다가 제작 가능 범위를 확장했다. 어차피 무엇으로 그리든 중요한 것은 표지에 담긴 의미와 의도였기 때문에 AI로 그리거나 기타 여러 가지 디자인 툴로 그리는 것을 모두 허용해 주었다. 자칫 그림 실력에 자신이 없어서 대회 참여를 주저하는 것을 방지하고 참여를 독려하려는 의도도 있었다.
누구나 아이디어만 가지고도 참여할 수 있도록 제작 기준을 낮추었다.

대회를 진행하다

우여곡절 끝에 준비가 모두 완료되었고, 표지 그림 콘테스트 모집이 시작되었다. ‘아무도 신청을 하지 않으면 어떡하지’ 하는 우려를 딛고 하나둘 선생님들이 작품을 응모하기 시작했다. 정말 의도를 읽지 않으면 이해하기 어려운 표지부터, 선생님이 부탁해서 학생이 직접 그린 표지까지 매우 그 종류가 다양했다. 또 어떤 표지는 보자마자 ‘와, 디자이너를 하셔도 되겠다.’ 싶을 정도로 그림 실력이 뛰어났다. 총 251개의 표지 디자인이 응모되었는데, 그 중 기억에 남는 디자인 몇 개를 소개해 보고자 한다. 선생님이 생각하는 좋은 표지 디자인이란 어떤 것인지 각자 판단해 보기 바란다.
이 작품은 스스로 수업할 때마다 화를 참고 자신을 세뇌하는 선생님의 모습을 담았다고 설명해 주셨다. 선생님은 이러한 과정을 마치 도를 닦는 과정과 비슷하다고 하셨다. 어쩌면 선생님들이 우리에게 원했던 건, 내 마음의 평화를 찾게 해주는 따뜻하고 평온한 표지가 아니었을까.
이 그림은 선생님이 6학년 여학생에게 부탁해서 그린 것이라고 한다. 해당 여학생은 자기처럼 예쁜 아이는 수학을 잘하지 못한다는 편견을 깨기 위해 그림으로 표현했다고 한다. 어쩌면 학생들이 우리에게 원했던 건, 공부가 아니라 한창 그 나이대에 한 번쯤 갖게 되는 생각들을 표현할 수 있는 자유로운 표지가 아니었을까.
이 표지를 제출한 선생님은 참여자 중 가장 짧은 설명을 남겼다. “누구나 풀 수 있어요!” 어쩌면 선생님이 우리에게 원했던 건…아아, 개인적으로 이 선생님은 꼭 한번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젠장, 이분은 마케터를 해야 해!”
특히 위 표지는 이번 대회 4가지 시상 항목 중 CEO의 원픽상을 수상했다. CEO인 기성쌤은 이 그림을 보고 선생님이 “이거 보이지? 개도 열심히 풀고 있는데 사람인 너가 못 풀겠어?” 라며 학생에게 말을 건네는 친근한 장면이 떠올랐고, 그런 사제 간의 관계가 소중하다고 생각해서 이 표지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기성쌤이 떠올린 그 장면에서 학생은 과연 그 말을 듣고 웃음을 지었을지 울음을 터뜨렸을지 매우 궁금했다.
표지그림 콘테스트 최종 우승 작품. 선생님은 여름방학을 떠나고 싶은 학생의 마음과 수학을 잘하고 싶은 마음 2가지를 접목했다고 설명했다. 수학 마스터를 향해 비행기 티켓을 끊어서 출발하는 것을 이미지로 표현했다. 가장 많은 표를 받기도 했고, 여름방학 특강 교재의 의미에 잘 부합하면서 학생의 마음까지 아주 잘 헤아린 표지라는 점에서 대상으로 선정되었다. 그리고 이제, 해당 작품을 어떻게 리터칭하여 실제 교재로 제작할지 브랜드 디자인팀의 고뇌가 시작되었다. 리터칭 작업을 하면서 구상한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개요
1.
해당 작품은 여행 티켓을 모티브로 하였는데, 우리는 리터칭 과정에서 방학 특강의 의미까지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가 리터칭하는 이 디자인을 가지고 추후 여러 고객들이 방학 특강 교재를 만들게 된다는 점을 고려했다.
2.
경쟁사에 비해 압도적인 그래픽 디자인과 퀄리티 차이를 보여줌으로서, 매쓰플랫 교재 디자인 역량의 우수성을 자연스럽게 보여준다.
컨셉과 특징
1.
일반적인 교재의 느낌보다는, 비행기 기내에 꽂혀져 있는 모닝캄 매거진의 컨셉을 잡아보기로 했다. 이 교재를 보았을 때 우리는 학생들이 여름방학을 떠나기 전 가지는 설렘을 그대로 느끼길 원했고, 그러므로 마치 기내 좌석에 앉아 꺼낸 모닝캄 매거진 컨셉이 적절하다고 생각했다.
2.
여행 티켓에 학원명과 학생 개인정보를 최대한 담아서, 해당하는 학생이 실제로 이 표지의 교재를 받았을 때 더욱 강하게 그 설렘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이러한 구상을 기반으로 리터칭 작업이 진행되었고, 결과물은 아래와 같다.
짜잔 - 결과물을 보고 나도 놀랬지만, 실제로 전달 받은 대상 선생님은 훨씬 더 놀라워 하셨다. 우승하신 분은 전라도 광주에서 학원을 운영하는 원장님이셨는데, 해당 교재를 받고 나서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셨다.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교재의 퀄리티 및 디자인 완성도가 높았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학생들이 이 교재를 받고 엄청 좋아할 생각을 하니 더 감격하셨던 것이다.
우리가 대회를 진행하면서 느낀 부분이 바로 이와 같았다. 선생님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학생이 교재를 받았을 때 느끼는 감정에 대해 많은 고민들을 하고 계셨다. 우리는 그동안 어른의 시선에서 바라봤을 때 멋있는 표지 디자인에 대해 생각했었다면, 선생님들은 이미 아이들의 시선에서 바라봤을 때 좋아할 표지 디자인을 원하고 계셨던 것이다.
“우리 서비스의 고객은 선생님이지만, 우리 서비스의 이용자는 선생님과 학생이다.”
마케터로서 우리 매쓰플랫 프린팅 서비스의 타겟을 다시 생각해보게 되는 순간이었다.

대회를 마무리하다

표지그림 콘테스트를 우승한 선생님의 인터뷰 촬영을 끝으로, 공식적인 대회 일정은 모두 마무리되었다. 개인적으로 이번 대회의 의의를 정리해 보자면 다음과 같다.
고객의 VOC에서 출발한 이벤트
선생님이 매쓰플랫 프린팅 서비스에서 가장 불만의 목소리를 내었던 부분에 대해, 생각을 전환하여 유쾌하게 풀어낼 수 있었던 이벤트라는 점에 의의를 두고 싶다. 고객센터를 통해 해당 불만을 토로해야 했던 선생님들은 이러한 대회를 통해 좀 더 능동적이고, 더 재미있는 방식으로 우리에게 목소리를 전달할 수 있었다. 큰 홍보 비용을 쓰지 않았음에도 약 1,300여 명에 달하는 선생님들이 해당 사이트를 방문해주셨던 점과, 응모 수가 목표치의 2배 이상을 기록했다는 점이 이를 반증한다. 이는 앞으로 다양한 마케팅 활동의 아이디어들이 고객의 VOC에서 출발했을 때 높은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것이기도 하다.
매쓰플랫 프린팅 서비스의 개선 방향성 제시
대회 이후 추가로 진행한 2차례의 설문조사를 통해, 매쓰플랫 프린팅 서비스에서 가장 시급히 해결되어야 할 문제는 표지 디자인이었음이 확인되었다. 정확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도출된 내용이었기 때문에, 곧바로 관련한 개선 프로젝트가 출범할 수 있었다. 우리는 해당 이벤트를 통해 고객이 원하는 표지 디자인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었고, 이를 발판으로 추가적인 인터뷰 및 설문조사를 통해 선생님이 왜 이러한 표지를 원하는지도 파악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어떤 선생님은 보통 내 교재를 제작할 때 특정 학생의 취약 유형에 대한 것을 주로 만드는데, 매쓰플랫에는 특정 단원이나 유형을 나타내는 표지가 부족해 애를 먹는 경우가 있었다. 이렇게 대회와 대회 이후 연결된 다양한 조사를 통해, 개선의 방향성을 확실히 잡을 수 있었다.
향후 마케팅 플랜에 대한 원동력 확보
참여 수에 대한 목표 뿐 아니라 6, 7월 교재 매출도 목표치를 훌쩍 뛰어넘으면서 향후 이런 유형의 이벤트를 추가 기획하는 것에 대한 원동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 표지 그림 콘테스트는 고객에게 훨씬 낮은 허들로 접근하고 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서비스를 접하게 하는 목적의 이벤트이다. 즉, 당장의 매출보다는 장기적인 브랜드 확장을 도모하는 역할이다 보니 1회로만 그치지 않고 꾸준히 진행하는 것이 중요했다. 그런 점에서 다행히 첫 단추를 잘 끼울 수 있었어서, 향후 매쓰플랫 프린팅 서비스에 대해 구상하고 있는 마케팅 계획들이 더욱 탄력을 받을 예정이다.
제 1회 표지그림 콘테스트가 고객의 목소리를 자세히 확인하고 개선 방향성을 잡기 위한 대회였다면, 다음에 진행할 제 2회 콘테스트부터는 본격적으로 매쓰플랫 프린팅 서비스의 판을 키우기 위한 대회로 만들어볼 생각이다. 매쓰플랫 고객만 참여 가능했던 것에서 벗어나, 대한민국 수학 선생님이라면 누구나 참여 가능한 대회로 만들고자 한다. 이를 통해 잠재 고객에게 매쓰플랫 프린팅 서비스의 가치를 재미있고 유쾌하게 전달할 계획이다.
과거에는 시중에 나와있는 교재에 맞춰 수업을 구성해야 했다면, 이제는 내가 그리는 수업에 맞춰 나만의 교재를 손쉽게 만들 수 있도록 해주는 서비스. 그 가치를 더 많은 선생님에게 전달할 수 있는 하나의 대표 창구로서 표지그림 콘테스트를 만들어 나갈 것이다.

Special thanks to

매쓰플랫 표지그림 콘테스트의 모든 디자인을 도맡아 진행해주신 브랜드디자인팀 규리쌤과 진형쌤. 아낌없이 제품 지원 및 대회 진행을 도와주신 제품경험팀 광서쌤. 직접 인쇄소에서 우승 교재를 제작해주신 진우쌤. 우승 디자인의 제품 반영을 위해 노력해주신 넥스트워킹그룹 재균쌤, 종대쌤, 지예쌤, 시온쌤, 진혁쌤. 대회 진행에 필요한 모든 것을 전폭적으로 지원해준 마케팅팀 리드 인정쌤까지. 해당 대회는 함께 참여해주신 이 모든 쌤들의 노력과 정성이 한데 모여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